심장이 멈춘 날

Chapter 1 — 심장이 멈춘 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진 붉은 와인. 마치 심장이 터져 흘러내린 피처럼 선명했다. 모현식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음을 실감했다. 10년간 쌓아 올린 모든 것, 사랑, 믿음, 그리고 미래… 한순간의 배신으로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이제 그만해, 모현식아. 우리 사이는 여기까지야.”

애써 감정을 억누른 채 차갑게 내뱉는 피하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처음 만난 사람처럼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5년 동안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현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피하은을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심장을 칼로 찌르고,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섰다.

“왜… 왜 이러는 거야, 피하은아? 내가 뭘 잘못했어?”

모현식의 목소리는 절망에 잠겨 갈라져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피하은의 소매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매정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마치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역겨워하는 표정이었다.

“네 잘못은… 네 존재 자체가 잘못이야, 모현식.”

피하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비수처럼 모현식의 심장에 꽂혔다. 그는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의 세상 전부였던 그녀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고경표가 서 있었다. 재벌 그룹 후계자이자 모현식의 오랜 친구. 고경표는 모현식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였다. 모현식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피하은과 고경표, 두 사람은 처음부터 그를 속여왔던 것이다.

모현식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배신감과 절망감이 그의 온몸을 짓눌렀다. 그는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 모현식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 찼다. 복수. 이 모든 고통을 안겨준 그들에게 반드시 복수하리라. 그는 이를 악물고 맹세했다. 그의 눈은 차가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그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다.

5년 후. 모현식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서울에 돌아왔다. 과거의 순수하고 어리숙했던 청년은 사라지고, 냉철하고 잔인한 복수귀만이 남았다. 그는 복수를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단련했고, 이제는 거대한 복수의 판을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분노로 가득했지만, 그 속에는 섬뜩한 냉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상처를 곱씹으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피하은과 고경표를 그의 발 아래 무릎 꿇리는 것이었다.

모현식은 자신의 복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과거 그가 몸담았던 대기업 ‘태성 그룹’에 다시 입사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거의 인맥과 정보를 이용하여, 태성 그룹 내부의 약점을 파고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모현식 씨,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예전에 만난 적 있죠?”

인사팀 면접장에서 모현식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양서현이었다. 5년 전, 모현식이 피하은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여자. 그녀는 모현식을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양서현은 모현식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존재는 모현식의 복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모현식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