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맞선

Chapter 1 — 수상한 맞선

“도수현 씨, 죄송하지만…저희 결혼은 힘들 것 같습니다.”

맞선남, 김민우 씨의 말에 도수현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예상했던 바였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도수현의 어깨 너머, 레스토랑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괜찮아요, 민우 씨. 저도 사실…결혼 생각은 아직 없어서요.”

거짓말이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도수현에게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특히나 그녀의 배경으로는 더더욱. 아버지의 작은 중소기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고, 어머니는 연신 좋은 혼처를 찾아오라며 압박했다. 하지만 재벌가 자제들과의 맞선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그녀의 배경, 그녀의 외모, 그녀의 모든 것이 그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레스토랑을 나서는 도수현의 어깨는 무거웠다. 핸드백 안에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머니였다. 뻔한 레퍼토리였다. “또 퇴짜 맞았니? 내가 그래서 누구랑 결혼하라고 했어! 최소한 SJ그룹 정도는 돼야…”

도수현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SJ그룹.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그 중심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임재윤 전무가 있었다. 어머니는 늘 임재윤과의 만남을 강요했지만, 도수현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다음 날, 도수현은 아버지 회사로 향했다. 어두운 표정의 아버지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아버지, 무슨 일 있으세요?”

아버지는 고개를 들고 힘없이 웃었다. “도수현아…회사가…부도 위기에 처했단다.”

도수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그때, 아버지의 비서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 SJ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임재윤 전무님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도수현과 아버지의 눈이 마주쳤다. SJ그룹, 임재윤. 그 이름은 마치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도수현의 마음을 짓눌렀다. 저녁, 도수현은 긴장된 얼굴로 SJ그룹 본사 건물 앞에 섰다. 검은색 세단이 그녀 앞에 멈춰 섰고, 운전석 문이 열렸다.

“도수현 씨, 어서 오십시오.”

예상치 못한 인물이 도수현을 맞이했다. 임재윤 전무가 아닌, 그의 비서, 김태리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도수현을 안내했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룸 안에는 임재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도수현을 훑어보았다. 마치 상품을 평가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도수현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당신의 회사, 제가 살릴 수 있습니다.”

도수현은 숨을 죽였다. “정말…정말인가요?”

“조건이 있습니다.” 임재윤은 서류 하나를 도수현에게 내밀었다. “저와 계약 연애를 하는 겁니다.”

도수현은 서류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계약 기간, 위약금, 지켜야 할 규칙들…마지막 조항을 읽는 순간, 도수현은 숨을 멈췄다.

‘계약 종료 후, 어떠한 관계도 지속하지 않는다. 위반 시, 위약금 100억 원을 지불한다.’

도수현은 임재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진심이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이 위험한 계약에 응해야만 할까? 망설이는 도수현에게 임재윤이 싸늘하게 말했다. “시간 없습니다. 도수현 씨, 당신의 선택은…?”

그 순간, 룸의 문이 벌컥 열리고 한 여자가 뛰어들어왔다. “오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 여자는 누구고!” 여자는 다름 아닌 유명 여배우, 유나영이었다. 그녀는 도수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감히 내 남자에게 꼬리치는 거야?!”

임재윤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유나영,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유나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임재윤에게 매달렸다. “오빠, 제발…나 버리지 마!”

도수현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재벌, 계약 연애, 그리고 갑작스러운 스캔들…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닥쳐온 듯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수현 씨, 당신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군요.” 임재윤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나영 씨, 덕분에 계약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대외적으로, 우리는 약혼한 사이가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