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의 웨딩드레스

Chapter 1 — 서랍 속의 웨딩드레스

눈을 뜬 순간, 낯선 천장이 보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10년 전 나의 낡은 대학 기숙사 방이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어제, 아니 오늘 새벽까지 천우진과 찢어질 듯 싸우고… 결국 마지막이라는 그의 싸늘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교통사고.

온몸을 덮쳐오는 익숙한 싸구려 이불의 감촉, 코를 찌르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 모든 것이 10년 전, 스물두 살의 좌은혜를 둘러싼 풍경이었다.

“미친… 꿈인가?”

황급히 손을 뻗어 옆에 놓인 낡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2014년 5월 15일. 믿을 수 없는 날짜가 액정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10년 전,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이 시작되기 훨씬 전의 시간이었다.

좌은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10년. 10년이라는 시간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다시 이 끔찍한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다니. 마치 신이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왜?

좌은혜는 10년 전,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SU그룹 천 회장의 외아들, 천우진과의 정략결혼. 모두가 그녀를 신데렐라라고 불렀지만, 현실은 잔혹한 동화였다. 그는 냉정했고, SU그룹 안주인 자리는 숨 막힐 듯 답답했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은 매일 밤 악몽과 같았다.

결혼 후 5년, 좌은혜는 간신히 이혼에 성공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그리고 5년 후, 천우진의 차가운 눈빛과 함께 맞이한 교통사고… 그리고 지금.

“다시는… 절대 그 남자와 엮이지 않을 거야.”

좌은혜는 이를 악물었다. 10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 그녀에게는 완벽한 기회가 주어졌다. 천우진, SU그룹, 그 모든 지긋지긋한 것들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핸드폰을 든 채 멍하니 서 있는 좌은혜에게, 룸메이트 하율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좌은혜! 너 오늘 SU그룹 면접 아니었어?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늦었잖아!”

SU그룹… 면접? 좌은혜는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10년 전, 그녀는 SU그룹 인턴 면접을 봤었다. 그리고… 그 면접장에서 천우진을 처음 만났었다. 악몽의 시작.

“미쳤어… 내가 왜…!”

좌은혜는 다급하게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늦었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면접을 망쳐야만 했다. 천우진과의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택시를 잡아탄 좌은혜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심장이 쉴 새 없이 쿵쾅거렸다. 제발… 제발 늦지 않기를. 그녀의 간절한 바람은, 그러나 곧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면접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면접은 시작된 후였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면접장 문을 열자, 싸늘한 공기가 좌은혜를 맞이했다. 그리고… 정면에는, 10년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냉정한 눈빛을 한 천우진이 앉아 있었다.

“늦었군요, 좌은혜 씨.”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마치,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