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자장가
Chapter 1 — 침묵의 자장가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5년 전, 그날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꽉 쥐었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심장이 멎을 듯했다.
“여보세요…” 겨우 뱉어낸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서윤 씨, 동재윤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동재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5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는 서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꿈, 미래, 그리고…아이.
5년 전, 서윤은 촉망받는 신인 디자이너였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유럽 유학을 준비하며 빛나는 미래를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파티에서 동재윤을 만났다. 그는 재벌 그룹 후계자였고, 서윤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순식간에 사로잡혔다.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 이후, 서윤은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재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그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 게다가 그의 집안은 서윤의 존재를 극렬히 반대했다. 서윤은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했지만, 출산 직후 아이는 강제로 빼앗겼다. 동재윤의 어머니, 민 여사의 손에 의해서였다. 민 여사는 서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며 다시는 동재윤 앞에 나타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절망에 빠진 서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5년 동안 죽을 각오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를 되찾을 기회가 왔다.
“무슨 일로…절 찾으시는 거죠?” 서윤은 최대한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 오전 10시, 강남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서윤은 휴대폰을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동재윤이 왜 그녀를 찾는 걸까? 아이 때문일까? 아니면…또 다른 함정일까?
다음 날, 서윤은 약속 장소인 호텔 로비로 향했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동재윤을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여 있었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5년 전과 변함없이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 동재윤은 서윤을 향해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서윤.”
그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서윤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네 아이…돌아가신 내 약혼녀의 아이로 입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