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복수 중
Chapter 1 — 신데렐라는 복수 중
“결혼해 주십시오, 이종석 씨.”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매캐한 먼지처럼 흩어졌다. 야은별은 굳게 다문 입술을 더욱 앙다물었다. 5년 전,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간 남자, 이종석.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눈앞에 선 남자는 희대의 악당처럼 냉랭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종석은 대한민국 경제계를 쥐락펴락하는 태성 그룹의 후계자였다. 냉철하고 잔인하며,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내는 남자. 야은별은 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야은별 씨. 당신, 지금 제정신입니까?” 이종석의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얼음 송곳처럼 차가웠다.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야은별은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을 애써 감추며 미소 지었다. “잊을 리가 없죠.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이종석 씨가 제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지난 5년간, 그녀는 이 순간을 위해 칼을 갈아왔다.
“그런데 왜 나랑 결혼하겠다는 거지?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종석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야은별을 쏘아보았다.
야은별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복수는… 결혼 후에 해도 늦지 않잖아요?” 그녀의 눈빛은 결연했다. “태성 그룹의 막내딸로서, 이종석 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패가 많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이종석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야은별을 샅샅이 훑어보듯 시선을 옮겼다. 5년 전, 순수하고 여렸던 야은별은 이제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온몸에서는 위태로운 아름다움이 흘러나왔다. 그는 흥미로운 듯 미소 지었다.
“좋아. 결혼하지.” 이종석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하지만 명심해, 야은별. 내 결혼 생활은 지옥이 될 거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야은별은 그의 차가운 경고에 맞서 담담하게 대답했다. “지옥이라면…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그녀는 이종석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복수의 서막이 올랐음을 직감하며, 야은별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결혼식 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야은별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회장님께서 잠깐 뵙고 싶어 하십니다.”
태성 그룹의 회장, 이종석의 아버지. 야은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향해 걸어갔다. 복수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5년 전, 그녀의 곁을 떠났던 첫사랑, 판석우였다. 그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야은별아… 제발, 이러지 마.”
판석우의 절박한 외침에 야은별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왜 지금, 그가 나타난 걸까? 그녀의 복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