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붕, 다른 베개
Chapter 1 — 같은 지붕, 다른 베개
새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정아린의 과외방. 오후의 햇살이 먼지 입자를 비추며 춤추듯 흩어졌다. 사공윤은 칠판 가득 수식을 적어 내려가며,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겁니다. 이해했습니까, 아린 씨?"
정아린은 멍하니 사공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완벽하게 빗어 넘긴 머리, 날카로운 콧날, 굳게 다문 입술. 그는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다. 수학 문제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세계는 오직 사공윤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린 씨?" 사공윤이 다시 한번 불렀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이성적이었다.
"아… 네, 선생님. 이해했어요." 아린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느라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사공윤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더니, "그럼, 다시 한번 풀어보세요."라며 문제를 풀도록 지시했다. 아린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손으로 연필을 쥐었다. 머릿속은 온통 하얘졌다.
몇 분 후, 아린은 결국 풀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선생님. 다시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공윤은 한숨을 쉬었다. "아린 씨, 집중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이건 단순한 문제입니다."
"알아요… 하지만…" 아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 때문에 집중할 수 없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삼켜버렸다. 그녀는 재벌 회장의 외동딸이었지만, 사공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소녀일 뿐이었다.
과외가 끝나고, 사공윤은 짐을 챙겨 일어섰다. "내일 뵙겠습니다, 아린 씨."
"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아린은 힘없이 대답했다.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아린은 책상에 엎드려 흐느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한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아린을 바라보았다. "사공윤이라는 과외 선생님 말이다. 꽤 유능하다고 들었다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린의 눈을 쏘아보았다. "…너무 사적인 감정을 품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아린은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버지의 날카로운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비밀을 들킨 것만 같았다.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한 회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알아서 잘 처신하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알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