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DNA, 나의 비밀
Chapter 1 — 그의 DNA, 나의 비밀
“엄마… 보고 싶어.”
새하얀 천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적인 숨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온몸에 꽂힌 바늘 자국들이 욱신거렸다. 5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숨 쉬는 것조차 사치였다.
강남의 고급 호텔, 그중에서도 최상층 펜트하우스 스위트룸. 진소미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떤 아름다움도 담기지 않았다. 5년 전, 모든 것을 잃었던 그날 이후, 세상은 그녀에게 그저 무채색의 풍경일 뿐이었다.
“돌아왔구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뒤를 돌아보니, 그림자 속에 감춰진 듯한 남자가 서 있었다. 좌현태. 그녀의 과거이자, 현재를 옭아매는 남자.
“오랜만이네, 진소미야.”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5년 전과 똑같은, 차갑고 잔인한 미소.
“네가 깨어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진소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빛은 맹수와 같았다. 그녀를 찢어발길 듯한 굶주림이 느껴졌다.
“왜… 왜 나를 살린 거야?”
겨우 입을 열어 내뱉은 말은 떨림으로 가득했다. 좌현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쳐왔다.
“살려둔 이유? 당연히… 벌을 줘야지.”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감촉과는 달리,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네가 감히 내 아이를… 지웠으니까.”
진소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5년 전의 끔찍한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이…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거짓말….”
진소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없었다. 그녀는 분명히….
“거짓말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좌현태는 그녀의 귓가에 더욱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네가 잊은 게 하나 더 있을 거야, 진소미야.”
그의 손이 그녀의 배를 쓸어내렸다. 진소미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듯했다.
“네 배 속에 있는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일까?”
좌현태의 마지막 말은 그녀의 귓가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 그녀는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배 속의 아이… 5년 전, 그녀는 분명히 모든 것을 끝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더 끔찍하고 잔혹한 형태로.
그녀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좌현태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 갔다.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그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진소미야. 네가 겪어야 할 고통은… 이제 시작이라고.”
진소미는 정신을 잃었다. 그녀의 귓가에는 좌현태의 섬뜩한 웃음소리만이 맴돌았다.
며칠 후, 진소미는 자신의 아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좌현태는 아이를 데려갔고, 그녀에게는 절망만이 남았다. 하지만, 진소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를 되찾기 위해, 좌현태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다.
5년 후…
“엄마…!”
작은 손이 진소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5살의 강다현. 그녀의 딸.
“진소미야, 왜 그래?”
진소미는 딸을 품에 안았다. 강다현은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녀는 강다현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었다.
“저 아저씨… 무서워.”
강다현의 작은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다. 진소미는 강다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녀의 심장이 다시 쿵, 하고 내려앉았다. 5년 전과 똑같은, 차갑고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좌현태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네, 진소미.”
좌현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은 진소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내 딸은… 잘 키웠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