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유효기간 100일

Chapter 1 — 설렘 유효기간 100일

“3개월, 딱 3개월만 제 남자친구 행세를 해주세요.”

나, 원소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웨딩 기획사 ‘라벨 블랑’의 에이스 플래너다. 업계에서 ‘결혼 요정’이라고 불릴 만큼, 닿는 손길마다 웨딩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런 내가 지금, 클라이언트 앞에서 남자친구 대행을 구걸하고 있다니. 그것도 재벌 3세, 문성훈 앞에서!

상황은 이렇다. 다음 달, ‘라벨 블랑’ 창립 10주년 기념 파티가 열린다. 문제는 그 자리에서 아버지, 윤 회장의 강압적인 선 자리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자리였다. 맞선 상대는 대한민국 굴지의 그룹, ‘태성 그룹’의 외동딸이었다. 사업 확장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아버지의 계획적인 술수였다.

“왜, 하필 저입니까?” 문성훈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얼음 조각처럼 날카로웠다. ‘더블 다이아몬드 호텔’의 스위트룸,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조차 그의 냉랭함에 묻히는 듯했다.

“문 이사님은 완벽하니까요.”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재력, 외모, 학벌…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요. 아버지도 문 이사님이라면 섣불리 반대하지 못할 거예요.” 물론 속마음은 달랐다. 문성훈은 ‘라벨 블랑’의 까다로운 VIP 고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속셈을 막아줄 유일한 카드였다.

문성훈은 턱을 괴고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엑스레이처럼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

“계약 조건은 뭡니까?”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준비해 온 제안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3개월간의 계약 연애, 파티 참석, 가족 행사 동행… 그리고… “계약 종료 후, 문 이사님께서는 이 계약에 대해 절대 함구하셔야 합니다.”

문성훈은 제안서를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재밌군요. 윤 플래너, 당신 꽤나 대담하군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은 그림처럼 완벽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느껴졌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읊조렸다. “좋아요. 계약하죠.”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문성훈과의 위험한 계약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덧붙인 마지막 한마디는, 나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계약 기간 동안, 윤 플래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 전부 해야 합니다.” 그의 눈빛은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맹수의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