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오작동
Chapter 1 — 심장의 오작동
차가운 샴페인이 쏟아진 흰 드레스 자락이 핏빛으로 물드는 악몽을 또다시 꿨다. 5년 전 그날, 약혼식장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왔던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송현우, 그 이름 세 글자만 떠올려도 심장이 멎을 듯 고통스러웠다.
오늘, 나는 다시 태성 그룹에 발을 들였다. 비서실 계약직으로. 5년 전 정략결혼을 파기하고 도망쳤던 재벌가의 망나니, 송현우의 바로 옆자리에서.
심호흡을 하며 인사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교민선입니다. 오늘부터 회장님 비서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자, 인자한 미소를 띤 인사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교민선 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회장님께서 특히 신경 쓰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팀장의 말에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신경 쓰시는 분'이라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팀장을 따라 비서실로 향하는 복도는 길고도 낯설었다. 5년 전, 화려하고 웅장했던 태성 그룹의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회장님의 '예비 며느리'가 아니었다. 그저 계약직 비서일 뿐.
비서실 문이 열리고, 정갈하게 정돈된 사무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 자리한, 거대한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회장실. 그 안에서 송현우가 등을 돌린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교민선 씨, 회장님께 인사드려야죠." 팀장의 재촉에 나는 떨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회장실 앞으로 다가갔다. 망설임 끝에 유리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교민선입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들어와."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회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송현우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5년 전보다 더욱 날카롭고 냉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모습에 숨이 막혔다.
"오랜만이군, 교민선." 드디어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의 얼굴은 냉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이제는 교 비서라고 불러야 하나?" 그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기념으로, 아주 특별한 업무를 줘야겠어."
그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내… 그림자 신부가 되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