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커피, 뜨거운 키스

Chapter 1 — 차가운 커피, 뜨거운 키스

“배윤아 씨, 잠깐만 시간 괜찮을까요?”

팀장의 부름에 배윤아는 음료를 마시던 손을 멈췄다. 달콤한 카페모카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지만, 그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벌써 세 번째다.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 팀장과의 면담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배윤아는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자리는 햇살이 잘 드는 창가였다. 5년 차 대리, 배윤아. 그녀는 국내 굴지의 패션 대기업, '아르테 그룹'의 홍보팀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성실함으로 인정받는 인재였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팀장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자, 강렬한 에어컨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다. 팀장, 소민찬은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의 책상 위에는 어김없이 서류 더미가 높게 쌓여 있었다. 그는 늘 바빴고, 그만큼 배윤아를 힘들게 했다.

“앉아요, 배 대리.”

딱딱한 말투에 배윤아는 긴장하며 의자에 앉았다. 팀장의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마치 그녀의 심장을 짓누르는 듯 무겁게 느껴졌다.

마침내 팀장이 입을 열었다. “이번 신제품 런칭, 기대 이하라는 보고 올라온 거 알죠?”

배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제품 런칭은 홍보팀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그녀는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자료를 준비하고, 언론 홍보에 매달렸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판매량은 목표치를 훨씬 밑돌았고, 소비자 반응도 싸늘했다.

“배 대리,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었죠?”

배윤아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저는… 전체적인 홍보 전략 기획과 언론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홍보 전략… 글쎄요.” 팀장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엔 전략 자체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언론 홍보? 기사 몇 개 띄운 걸로 홍보라고 할 수 있나?”

배윤아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녀의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혼란스러운 마음이 그녀를 괴롭혔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프로젝트 결과는 실망스러워요. 배 대리, 실력에 비해 결과가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말인데…” 팀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배윤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번 인사 이동에, 배 대리 이름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나요?”

배윤아는 숨을 멈췄다. 인사 이동이라니. 그것은 곧 좌천을 의미했다. 그녀의 5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팀장님, 저는…”

“이번 주 금요일, 회장님 주최 만찬에 동행해요.” 팀장의 말에 배윤아는 말을 멈췄다. 뜬금없는 만찬이라니? 그것도 회장님 주최?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번 만찬은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에요. 중요한 투자자들이 참석할 예정이고, 아르테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자리죠. 배 대리가 내 파트너로서 함께 참석해서, 당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없을 겁니다.”

배윤아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회장님의 만찬, 투자자, 그리고 그녀의 미래. 모든 것이 한순간에 그녀의 어깨 위에 짊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녀는 만찬에 입고 갈 드레스조차 없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팀장의 숨겨진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그녀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