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데칼코마니

Chapter 1 — 운명의 데칼코마니

결혼식장의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빛났다. 마치 내 불행을 조롱하는 듯.

“기하은 씨, 정민호 씨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주례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굳게 다문 입술을 더욱 앙다물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이 결혼식, 5년 전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5년 전,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우리 가족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빚더미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결국 쓰러지셨고, 병원비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절박한 상황.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이 바로 강태준 회장이었다. DS 그룹의 냉철한 후계자, 정민호의 아버지.

“네가 내 아들과 결혼한다면, 네 아버지의 빚을 모두 탕감해주지.”

그 한마디에 나는 망설임 없이 내 인생을 팔았다.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민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경멸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된 나를 혐오하는 듯했다.

결혼식 내내 그는 단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텅 빈 눈빛으로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다. 나는 그의 옆에서 그저 껍데기뿐인 신부 역할을 해야 했다. 모든 것이 숨 막히는 가면극이었다.

결혼식 피로연이 끝나고, 우리는 DS 그룹 소유의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제부터 시작될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낯선 여자가 침대에 앉아 정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정민호에게 속삭였다. "자기, 드디어 왔네? 신혼여행은 나랑 가는 거 잊지 않았지?"

정민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기하은 씨, 당신은 그저 계약상의 아내일 뿐입니다. 착각하지 마시죠."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혹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정민호는 여자를 데리고 방을 나가 버렸고, 나는 홀로 남겨졌다.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끓어올랐다. 바로 그때,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과 함께 5년 전 그날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의 부도, 강 회장의 제안, 정민호의 냉대… 그리고 마지막, 교통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 5년 전 아버지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달력을 확인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2018년 3월 15일… 내가 정민호와 결혼하기 6개월 전이었다. 나는… 회귀한 것이다.

이번에는… 달라질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