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그림자 신부
Chapter 1 — 나를 닮은 그림자 신부
“결혼, 하겠습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그 목소리는 침착하고 단호했다. 강렬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강서준 그룹 강 회장의 날카로운 눈빛이 더욱 매섭게 빛났다. 그의 옆에 선 강서준, 내 오랜 짝사랑 상대이자, 이제 내 계약 남편이 될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5년 전,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모든 것을 잃었다. 빚더미에 깔린 우리 가족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 회장의 비서가 찾아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그의 손자, 강서준의 ‘그림자 신부’가 되어달라는 것. 강서준은 까다로운 성격 탓에 수많은 맞선을 거절했고, 강 회장은 후계 구도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략결혼이 필요했다. 조건은 간단했다. 2년간 강서준의 아내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엄청난 금액의 돈을 받는 것.
처음엔 망설였다. 돈 때문에 내 인생을 팔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고, 동생의 학비까지 막막해지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강서준을 짝사랑했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가슴을 떨리게 했다.
“좋습니다. 국예빈 씨의 결심,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강 회장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그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차가웠다. 계약 조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오갔다. 2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지켜야 할 규칙, 외부 노출 금지, 강서준과의 잠자리는 절대 불가 등, 꼼꼼하게 작성된 계약서는 숨 막힐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나는 국예빈으로서의 삶을 잠시 유예하기로 했다. 강서준의 아내, 그림자 신부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결혼식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하객은 양가 가족과 극소수의 관계자뿐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은 초라했고, 강서준은 형식적인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결혼식 후, 우리는 강서준의 저택으로 향했다. 웅장한 대문이 열리고, 드넓은 정원을 지나, 영화에서나 보던 고급 저택이 눈앞에 나타났다. 저택 안은 화려했지만, 왠지 모르게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강서준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서재로 향했다. “앞으로 각방을 쓸 겁니다. 사적인 터치는 절대 없을 겁니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첫날밤, 홀로 남겨진 침실에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년간의 계약 결혼 생활, 과연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그때, 문 밖에서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예빈 씨, 잠깐 나올 수 있겠소?” 강 회장이었다. 그의 방문에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