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엘리베이터
Chapter 1 — 수상한 엘리베이터
“소윤서 씨, 이번 프로젝트, 자네가 맡게.”
팀장의 묵직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순간, 내 심장은 쿵, 하고 발밑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망했다. 완전히 망했다. 그 ‘악마’ 하승현 전무와 함께라니. 차라리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팀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굳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하승현. DK 그룹의 후계자이자, 냉철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인물. 그의 앞에선 그 누구도 감히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까칠하기 그지없는 성격 탓에, 사내에선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리고 그 ‘얼음 왕자’와 내가, 석 달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어깨가 짓눌리는 듯했다.
DK 그룹은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그중에서도 하승현은 차기 회장 자리를 예약해 둔 거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런 그가 왜 하필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 소윤서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학교 졸업 후, 나는 DK 그룹의 계열사인 DK 소프트에 입사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내 일을 해내는 성실함 덕분에 그럭저럭 회사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하승현 전무의 눈에 들 만큼 특별한 능력은 없었다. 대체 왜…?
프로젝트 발표 후, 며칠은 지옥과도 같았다. 하승현은 예상대로 깐깐했고, 그의 날카로운 지적은 매번 내 혼을 빼놓았다. 밤샘 작업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프로젝트에 매달려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걸까’ 자문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텅 빈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1층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승현이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나는 화들짝 놀라 굳어버렸다. 그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섰다. 정적만이 감도는 좁은 공간. 숨 막히는 긴장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와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다니. 이건 악몽일 거야.
침묵을 깨고 그가 입을 열었다. “소윤서 씨.”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이번 주말, 시간 있나?”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네… 네? 왜, 왜 그러시죠?”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주말에, 나랑 데이트하지.”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넋을 잃었다. 데이트? 하승현 전무가, 나와? 그것도 데이트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해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하승현은 나를 지나쳐 유유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뒤돌아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기대하지, 소윤서 씨.”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멍하니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승현, 그는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그리고 왜 하필 나를 선택한 걸까? 이 모든 게,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빛 속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숨겨져 있었다. 주말 데이트, 그 뒤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