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대신 커피

Chapter 1 — 미안해 대신 커피

귓가에 울리는 낯익은 벨소리에 전해준은 억지로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 액정에는 '구해인' 세 글자가 떠 있었다. 새벽 세 시. 그녀에게 전화가 올 리 없는데.

"여보세요…" 잠긴 목소리로 겨우 내뱉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건 격앙된 구해인의 울음 섞인 목소리였다.

"서강준아… 나 어떡해… 흐… 전해준 오빠가…"

전해준이라니. 서강준. 서강준의 오랜 친구이자, 구해인의 약혼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지난 5년간, 그는 이 순간을 얼마나 후회하며 살아왔던가. 구해인의 눈물, 전해준의 배신,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까지. 모든 것이 끔찍하게 반복되려 하고 있었다.

"구해인아, 무슨 일이야. 침착하게 말해 봐."

"전해준 오빠… 다른 여자가 있어… 흐… 나한테… 헤어지재…" 구해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서강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5년 전,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구해인에게 닥친 똑같은 비극. 그때 그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친구라는 가면 뒤에 숨어, 구해인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후회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구해인아,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나… 호텔… 흐… 너무 힘들어…"

호텔? 서강준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5년 전, 구해인은 절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었다. 다행히 서강준이 제때 도착해서 막을 수 있었지만, 그날의 악몽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다급하게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머릿속에는 오직 구해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는 똑같은 후회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택시를 잡아탄 서강준은 기사에게 호텔 주소를 불렀다. 초조하게 시계를 확인하며, 그는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이번에는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과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구해인을 지켜낼 수 있기를. 그러나 서강준이 호텔 로비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구해인 옆에는 다름 아닌 서강준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