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으로 돌아간 밤

Chapter 1 — 10년 전으로 돌아간 밤

“이 결혼, 후회할 겁니다.”

강하늘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히는 순간, 류다은은 숨을 멈췄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삼키며, 그녀는 굳게 다문 입술을 움직였다. “알아요. 후회하겠죠.” 후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랑 없는 결혼, 그것도 정략결혼의 끝은 언제나 비극이었으니까.

눈을 감았다. 10년 전, 20살의 류다은으로 돌아온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어제, K그룹 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어야 했다. K그룹의 막내딸,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벌가의 딸이었지만, 그녀의 삶은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로웠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오빠들의 암투, 그리고… 강하늘과의 불행한 결혼. 모든 것이 그녀를 짓눌렀다.

결혼식장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류다은은 마치 전시된 인형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옆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강하늘이 서 있었다. 그는 대한그룹의 후계자이자, 냉철하고 완벽한 사업가로 알려진 남자였다. 두 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결혼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부, 류다은 양은 신랑 강하늘 군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주례의 낭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류다은은 떨리는 손으로 부케를 꽉 쥐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는 절대로 이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불행은 모두 이 결혼에서 시작되었으니까.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객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했지만, 류다은은 그들의 미소 뒤에 숨겨진 계산적인 속셈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K그룹의 후계 구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류다은은 그들의 눈에는 단순한 장식품에 불과했다. 그녀는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질 패였다.

피로연이 시작되고, 류다은은 쉴 새 없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주고받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이 과거를 떠올렸다. 10년 전으로 돌아오기 전, 그녀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남편의 외도, 오빠들의 배신,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음모들. 모든 것이 그녀를 파멸로 이끌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류다은은 답답한 마음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그녀는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그녀의 첫사랑이자,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남자… 시도완이었다.

“류다은아… 정말 결혼하는구나.”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슬픔이 느껴졌다. 류다은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지만, 재벌가의 딸로서 감히 그와 함께할 수 없었다. 그의 집안은 평범했고,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그의 존재를 극도로 싫어했다.

“오랜만이네, 강하늘아.” 류다은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다시 한번 그를 만났다는 사실에 가슴 벅찼지만, 동시에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사람이었으니까.

“네 결혼 소식을 듣고… 많이 힘들었어.” 시도완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지만, 예전과는 달리 어딘가 체념한 듯 보였다. 류다은은 그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 괴로웠다. 그녀는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었고, 그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미안해, 강하늘아.” 류다은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고, 그녀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아팠다.

“류다은 씨, 어디 계십니까?” 누군가 그녀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강하늘의 비서였다. 류다은은 서둘러 강하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과연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뜻밖에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강하늘이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류다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시도완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 류다은은 숨을 멈췄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불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글쎄요… 당신이 상상하는 그런 이야기?” 류다은은 비릿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강하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와 류다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다시는 그 남자와 만나지 마.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날카로웠다. 류다은은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후회는 이미 충분히 했어요. 당신과 결혼한 순간부터.”

그녀의 도발적인 말에 강하늘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류다은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더욱 거칠게 그녀를 몰아세웠다. “네가 감히…!” 그의 입술이 류다은의 목덜미를 향했다. 류다은은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그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다시 한번 불행한 삶이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그 순간,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강하늘 씨, 류다은 씨, 두 분 다 안에 계십니까? 회장님께서 두 분을 찾으십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강하늘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류다은에게서 떨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고하듯 류다은을 노려보며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혼자 남겨진 류다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섰다. 과연 그녀는 이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아직 희망은 있을까?

회장, 그러니까 대한그룹 회장이 그들을 찾는다는 건, 단순한 호출이 아니었다. 류다은은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감했다. 회장의 호출은 보통 중요한 결정이나 발표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거울 앞에 섰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붉어진 목덜미를 가다듬으며, 그녀는 결심했다. 이번에는 절대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것이다.

회장의 집무실 문 앞에서, 류다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대한그룹 회장, 강하늘의 아버지인 서만철 회장이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당황한 표정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강하늘은 싸늘한 표정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류다은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라는 것을… “무슨 일이죠?!” 류다은의 외침에 강하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류다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