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재회

Chapter 1 — 7년 만의 재회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진 붉은 와인처럼, 그녀의 삶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서연화, LK 그룹 회장의 숨겨진 막내딸.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철저히 계획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남은 것은 배신과 절망뿐이었다. 약혼자였던 계인성은 그녀의 재산을 탐내, 그녀의 이복 자매이자 숙적인 서주희와 손을 잡고 LK 그룹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녀의 눈앞에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모든 것을 빼앗았다.

“이게… 당신들이 원하던 거야?” 연화는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신음처럼 내뱉었다. 그녀의 눈은 복수심으로 타올랐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는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도경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롱했다. “네 어리석음 덕분에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됐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연화 씨?”

그 순간, 그녀의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차가운 바닥에 쓰러지며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연화는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그들을… 모두 갚아줄 수 있도록.’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신의 방 안에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구, 은은한 조명, 그리고… 10년 전, 그녀가 계인성과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LK 그룹에서 독립하여 살게 되었던 바로 그 집이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달력으로 달려갔다. 2014년 3월 15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녀는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절망과 함께 간절히 바랐던 기회가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다.

“회귀… 라니.” 연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난 10년간 겪었던 끔찍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도경수의 배신, 주희의 악랄함, 그리고 LK 그룹의 몰락…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에는 절대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들을 철저하게 짓밟아, 그들이 그녀에게 안겨주었던 고통을 수백 배로 되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LK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하고, 도경수와 주희를 완벽하게 속여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계약’이 필요했다. 그녀는 곧바로 비서실에 연락했다. “김 비서, 당장 HJ 그룹의 도경수 이사를 만나게 해줘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경수, HJ 그룹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자, 냉철하고 완벽주의적인 사업가. 그는 과거에 연화에게 사업적인 도움을 주었지만, 그녀는 그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그의 능력을 이용하여 복수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며칠 후, 연화는 HJ 그룹의 회장실에서 도경수와 마주 앉았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연화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제안했다. “도 이사님, 저와 계약 결혼을 하시죠.” 그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그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계약 결혼이라… 흥미롭군요. 서연화 씨,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 거죠?”

연화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는 LK 그룹을 되찾고, 저를 배신한 모든 사람들에게 복수할 겁니다. 그리고… 도 이사님께는 HJ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기회를 드리죠.” 그녀의 제안은 파격적이었지만, 도경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며 그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당신은 위험한 여자군요, 서연화 씨. 하지만… 나쁘지 않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서연화 씨,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죠. 하지만… 계약 조건은 내가 정합니다.” 연화는 그의 대답에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물론이죠, 도 이사님. 원하는 대로 하세요.” 계약은 성립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손을 잡았지만, 그들의 앞날에는 예상치 못한 위험과 감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후, 연화는 아버지인 서 회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다. “연화야, 내일 저녁에 중요한 자리가 있다. 강 회장과 그의 아들 도경수가 함께 참석할 거다. 너도 꼭 참석해서… 도경수에게 잘 보여라.” 연화는 전화기를 꽉 쥐었다. 그녀의 복수가 시작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왜 그녀에게 도경수에게 잘 보이라고 하는 걸까? 그리고 그 자리에 도경수가 아닌 계인성이 나타난다면…?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