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의 계절
Chapter 1 — 유리창 너머의 계절
“원빈우 씨,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비서의 딱딱한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울렸다. 원빈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인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강남의 화려한 야경이, 마치 그의 불안한 심정을 비웃는 듯했다. 재벌 3세로 태어난 죄, 아니 축복일지도 모를 이 굴레는 그를 끊임없이 옭아매고 있었다.
원빈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로 향했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아버지, 아니 그룹 회장 서강철과의 불편한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늘 냉철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아버지에게, 그는 그저 ‘문제아’일 뿐이었다.
“들어오게.”
묵직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원빈우는 숨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회장실은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듯, 차갑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서강철 회장은 커다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맞선 이야기는 들었겠지.”
원빈우는 침묵으로 답했다. 아버지의 일방적인 통보는 익숙했다. 그는 그저 꼭두각시처럼 아버지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존재였다.
“이번 상대는 JH 그룹의 외동딸, 견하늘이다. 자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야.”
JH 그룹.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었다. 정략결혼이라니. 원빈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아버지의 모습에, 절망감이 밀려왔다.
“싫습니다.”
원빈우의 단호한 거절에 서강철 회장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원빈우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뭐라고?”
“저는 아버지의 인형이 아닙니다.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합니다.”
원빈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의 비서, 신유나였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격려가 그의 힘겨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서강철 회장은 잠시 원빈우를 쏘아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감히… 신유나라… 그 아이는 안 된다. 꿈도 꾸지 마라.”
원빈우는 아버지의 단호한 태도에 절망했다. 그의 사랑은, 시작하기도 전에 가로막힌 것일까.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서강철 회장은 전화를 받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원빈우를 향해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네 약혼녀, 견하늘이…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