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멈춘 척

Chapter 1 — 심장이 멈춘 척

“죄송합니다, 회장님. 정말… 몰랐습니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매다윤은 겨우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녀의 눈앞에는 거대한 책상 너머로 서늘한 눈빛을 번뜩이는 어준규 회장이 앉아 있었다. 강렬한 조명 아래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빛나는 그의 얼굴은 조각상처럼 완벽했지만, 지금 매다윤에게는 그저 차가운 가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매다윤은 어준규 회장의 비서로 일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된 신입이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어렵게 들어온 DL그룹. 그녀에게는 꿈의 직장이었지만, 오늘 그 꿈은 산산이 부서질 위기에 처했다. 그녀가 실수로, 그것도 회장의 개인 서류를 경쟁사인 태산그룹에 넘겨버린 것이다.

“몰랐다고?” 어준규의 입에서 낮고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매 비서,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나?”

매다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글썽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의 실수였다. 태산그룹의 스파이가 그녀에게 접근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빼갔다는 사실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침묵했다. 그녀는 DL그룹, 특히 어준규 회장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존경했으니까.

“이번 일로 DL그룹이 입은 피해는 막대할 겁니다. 매다윤 씨, 당신은 그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어준규는 서류철을 덮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얼음 송곳처럼 매다윤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매다윤은 숨을 멈췄다. 그녀는 이제 해고당하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그녀의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회… 회장님…” 매다윤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어준규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어준규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쓰러진 매다윤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매 비서! 정신 차려! 매다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냉정함 대신 당혹감이 묻어났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비서실에 연락하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매다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어준규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매다윤은 지금… 심장이 멈춘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