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전용 엘리베이터
Chapter 1 — 회장님 전용 엘리베이터
결혼식장 문이 열리는 순간, 모든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 그 옆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내 남자친구, 좌현태였다. 그는 재벌가의 딸과 정략결혼을 택했고, 나는 버려졌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웃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잘 살아, 두현빈아."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것을 보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이미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강남의 작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었다. 씁쓸한 커피 향이 코를 찔렀지만, 애써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두현빈의 결혼 소식 이후,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넌더리가 났다. 다시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자신이 없었다.
"수아 씨, 새로운 VIP 고객님이 오셨어요." 카페 사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VIP라…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또 재벌가 관련된 사람이려나.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로 향했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남자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익숙했다. 짙은 눈썹, 날카로운 콧날, 그리고… 그 냉담한 눈빛.
"오랜만이군, 수아 씨." 남자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현빈. 2년 전, 두현빈의 결혼식장에서 마주쳤던 재벌가의 후계자였다. 그는 두현빈의 사촌 형이었다.
"두현빈… 씨."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가 지금 내 앞에 나타난 걸까. 2년 전, 그는 나에게 차가운 시선만을 던졌었다. 그에게 나는 그저 두현빈을 꼬셨던 불쌍한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두현빈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 카페를 나섰다. 검은색 세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현빈은 뒷좌석 문을 열어 나를 에스코트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차는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의 가장 안쪽 룸으로 안내받았다. 고급스러운 테이블 세팅과 은은한 조명이 우리를 감쌌다. 두현빈은 와인을 주문했고,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입술만 바라봤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죠." 두현빈은 와인잔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수아 씨, 나와 계약 연애를 합시다."
나는 그의 말에 숨을 멈췄다. 계약 연애? 재벌가의 후계자가 왜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웠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두현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 약혼녀가 당신 남자친구와 바람을 피웠거든. 복수가 필요해."
그의 말에 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복수라니… 나를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생각해볼 시간을 주십시오." 나는 겨우 입을 뗐다.
두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두현빈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복수를 위해 그의 계약 연인이 되어야 할까. 하지만,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나는 또다시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카페로 향했다. 어제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카페 안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두현빈이 서 있었다.
"오늘부터, 수아 씨는 제 약혼녀입니다." 두현빈은 기자들을 향해 선언했다.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현빈은 나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담했지만, 그 속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이제, 당신은 내 사람입니다." 두현빈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말에 나는 그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제, 나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때, 한 기자가 소리쳤다. "두현빈 씨, 약혼녀 분이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그리고 그 상대가 수아 씨의 전 남자친구 좌현태 씨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두현빈의 얼굴이 굳어졌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두현빈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