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아기 울음소리
Chapter 1 — 자정의 아기 울음소리
자정을 갓 넘긴 시간, 병원 복도는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한서연은 앙상한 팔로 딸 하율을 안고, 작게 흐느끼는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하율아. 엄마가 있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율은 5살, 아직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다워야 할 나이였다. 하지만 지금 하율의 작은 몸은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며칠째 낫지 않는 기침 소리는 서연의 심장을 찢어놓는 듯했다. 병원 침대에 눕히려고만 하면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서연은 밤새도록 하율을 안고 복도를 서성이었다.
“엄마, 아파….” 하율의 작은 입술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연은 아이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참아. 의사 선생님이 곧 괜찮아지게 해주실 거야.” 하지만 서연 자신도 그 말을 믿지 못했다. 몇 번의 검사에도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고, 해열제와 진통제만이 하율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뿐이었다.
서연의 머릿속에는 5년 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주원석. 냉정하고 완벽했던 남자.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매몰찬 말들은 아직도 서연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서연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떠나갔고, 서연은 홀로 하율을 낳아 키우며 힘겨운 삶을 버텨왔다.
서울 제이앤 그룹, 주원석의 사무실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는 쏟아지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성공을 향한 그의 집념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사랑 따위는 사치라고 생각했고, 오직 회사의 이익과 자신의 성공만을 좇았다. 그의 냉철함은 이미 재계에 정평이 나 있었다.
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원석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뭔가.” 비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한 병원에서 회장님의 DNA와 일치하는 환자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5세 여자아이입니다.” 원석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다시 병원, 새벽이 가까워 올수록 하율의 울음소리는 더욱 애처롭게 변해갔다. 서연은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하율을 품에 안고 기도했다. “제발… 제발 우리 하율이 살려주세요….” 그때, 병원 문이 벌컥 열리고, 낯선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눈은 서연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는 바로 주원석이었다. “한서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