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날로 돌아온 그녀

Chapter 1 — 죽기 전날로 돌아온 그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칼날이 늑골 사이를 파고드는 감각, 귓가에 울리는 비웃음 섞인 목소리… 그리고, 사랑했던 남자의 싸늘한 눈빛.

다시 눈을 떴을 때, 임하린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고급스러운 실크 잠옷, 익숙한 듯 낯선 침대, 그리고 10년 전 자신의 방이었다. 22살, 그룹 후계자 자리를 두고 암투가 끊이지 않던 재벌가의 막내딸 시절로 돌아온 것이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 빙도겸의 칼날이었는데.

“젠장… 꿈인가?”

임하린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앳된 얼굴, 탄력 있는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심장을 짓누르던 절망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끔찍한 배신과 죽음을 겪기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빙도겸, 그 이름만 떠올려도 온몸의 혈관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는 임하린의 첫사랑이었고,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남자였다.

10년 전, 임하린은 순수하고 어리석었다. 빙도겸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 그룹의 약점을 털어놓았고, 결국 아버지의 사업을 망하게 하고 가문을 몰락시킨 장본인이 되었다. 빙도겸은 임하린의 정보를 이용하여 그룹을 장악했고, 그녀를 철저히 이용한 후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임하린의 오랜 친구이자 오른팔이었던 표진성마저 빙도겸과 한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삶의 의지를 잃었다. 배신감과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임하린에게 주어진 것은 기적 같은 회귀였다.

“이번에는… 절대로 똑같이 당하지 않아.”

임하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과거의 어리석었던 자신을 후회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빙도겸과 진성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고, 아버지와 가문을 지켜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했다. 임하린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10년 동안 쌓아온 경영 지식과 미래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임하린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굳게 다짐했다. 과거의 순진한 막내딸은 이제 없다고.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임하린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그녀는 곧장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아버지 윤태준은 그룹의 회장이자, 임하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곧 닥쳐올 위기를 알지 못한 채, 그는 여전히 빙도겸을 신뢰하고 있었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임하린은 아버지 앞에 섰다. 아버지는 임하린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임하린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빙도겸의 배신, 그룹의 위기, 그리고 미래에 닥쳐올 끔찍한 사건들을 모두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빙도겸 씨가… 왔습니다.”

비서의 말에 임하린은 숨을 멈췄다. 빙도겸. 그 이름만으로도 온몸이 경직되는 듯했다. 그가 왜 벌써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10년 전, 빙도겸은 임하린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환심을 샀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 윤태준 회장의 신임을 얻어 그룹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임하린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금 빙도겸을 만나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시선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들여보내세요.”

잠시 후, 빙도겸이 서재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젠틀한 미소, 부드러운 눈빛… 10년 전, 임하린을 완벽하게 속였던 그의 가면이었다. 빙도겸은 임하린을 향해 가볍게 목례하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가씨.”

그 순간, 임하린은 10년 전의 끔찍한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빙도겸의 뒤에서 섬뜩한 기운을 감지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빙도겸의 뒤에는… 칼을 든 표진성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