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생긴 일

Chapter 1 — 옥상에서 생긴 일

“이하은 씨, 이번 프로젝트, 자네가 맡아주게.” 팀장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순간, 이하은은 들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릴 뻔했다. 5년 차, 그녀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손에 꼽을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그룹 전체의 운명이 걸린 신사업, ‘넥스트 뷰티’ 런칭 프로젝트의 PM이라니.

숨 막히는 긴장감과 동시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심현석 전무, 그 이름 세 글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냉철하고 완벽주의적인 그가 왜 하필 자신을 선택한 걸까. 단순히 실력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의 시선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하은은 겨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팀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낼 거라고 믿네. 이번 프로젝트,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팀장실을 나선 이하은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넥스트 뷰티’ 프로젝트. 성공만 한다면 그녀의 커리어는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심현석 전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심현석은 그룹 회장의 외아들이자,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그는 냉철한 판단력과 카리스마로 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하은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프로젝트 관련 자료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분석 자료들을 훑어보며, 그녀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갔다. 하지만 집중하려 할수록, 자꾸만 심현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차가운 눈빛, 무심한 표정, 그리고 가끔씩 스치는 듯한 미소까지. 이하은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며칠 후, 프로젝트 런칭 발표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밤낮없이 이어진 야근에 이하은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발표 자료를 최종 점검하던 중, 그녀는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고, 남은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절망감에 휩싸인 이하은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심현석이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하은 씨, 잠깐 내 방으로 오세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걱정스러운 기색이 느껴졌다.

심현석의 방에 들어선 이하은은 더욱 긴장했다. 그의 방은 넓고 웅장했지만,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심현석은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이 그의 뒤로 펼쳐져 있었다. 이하은은 숨을 죽이고 그의 입술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발표 자료, 봤습니다.” 심현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실수가 꽤 많더군요.” 이하은은 고개를 숙였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의 실수로 인해 프로젝트 전체가 망쳐질 수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전무님. 어떻게든 수정해보겠습니다.” 이하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현석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요. 왜 그렇게 무리한 겁니까? 혹시… 나 때문입니까?”

이하은은 깜짝 놀라 심현석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전과는 다르게, 깊고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현석의 질문은 이하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그 순간, 심현석이 갑자기 이하은에게 다가와 그녀의 뺨을 감싸 쥐었다. “대답해 봐요, 이하은 씨. 당신,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