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 옥상의 비밀 키스

Chapter 1 — 12층 옥상의 비밀 키스

숨 막힐 듯한 정적을 깨고, 야성우의 낮은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다시 말해봐. 지금 뭐라고 했지?"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회장실 안, 계소연은 떨리는 손으로 서류 봉투를 꽉 쥐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그룹 회장 야성우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은 그녀의 심장을 짓눌렀다. 2년 전, 그녀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성우와 계약 결혼을 했다. 계약 조건은 간단했다. 5년간 그의 아내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아버지의 회사를 살리는 것. 그리고 계약이 끝나면, 깨끗하게 헤어지는 것.

"회장님… 이혼 서류입니다." 계소연은 간신히 말을 뱉어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야성우에게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의 냉정함, 완벽함,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따뜻함. 그 모든 것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를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야성우는 아무 말 없이 계소연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긴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이유는? 계약 기간은 아직 3년이나 남았어."

계소연은 고개를 숙였다.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야성우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계약을 빨리 끝내고, 그의 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개인적인 사정입니다. 더 이상 회장님의 아내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야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키는 컸고, 계소연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그는 천천히 계소연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그의 향기가 그녀의 코를 간지럽혔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거짓말."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짙었다. "네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어. 계소연, 넌 날 원하고 있어."

계소연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어떻게 안 것일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비밀을, 그는 어떻게 알아차린 것일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인했다. "아닙니다… 저는…"

야성우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은 그녀의 눈을 꿰뚫듯이 바라봤다. "솔직해져, 계소연아.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넌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버렸어."

계소연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의 힘은 너무 강했다. 그녀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회장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문 앞에는 야성우의 오랜 친구이자 그룹의 후계자인 선우혁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는 계소연과 야성우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야성우야,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리고 계소연 씨,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선우혁의 등장에 야성우는 계소연에게서 손을 뗐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선우혁을 바라봤다. "여긴 내 방이야, 선우혁아. 무슨 일이지?"

선우혁은 서류 봉투를 들어 올렸다. "이혼 서류? 계소연 씨, 정말입니까? 회장님과 이혼하겠다는 게?"

계소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선우혁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선우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야성우를 바라봤다. "야성우야, 제발 정신 차려. 이러면 안 돼. 너와 계소연 씨는… 안 되는 관계야."

야성우는 비웃었다. "안 되는 관계라고? 왜 안 되는 건데? 야성우야, 너도 알잖아. 내가 원하는 건,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걸."

선우혁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건… 이건 너무 위험해. 너와 계소연 씨, 둘 다 다치게 될 거야."

그때, 야성우의 비서가 회장실 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급한 전화입니다. 미국에서… 투자 건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야성우는 선우혁과 계소연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그는 비서를 따라 회장실을 나섰다. 회장실에는 선우혁과 계소연만 남았다.

선우혁은 계소연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계소연 씨, 괜찮습니까? 회장님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계소연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제 자리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선우혁은 계소연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제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회장님으로부터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계소연은 선우혁의 눈에서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동정심이 아니었다. 그녀를 향한… 욕망이었다.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선우혁의 손을 뿌리쳤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계소연은 회장실을 뛰쳐나갔다. 그녀는 복도를 달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녀는 문을 잠그고,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그녀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그녀는 왜 야성우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선우혁은 왜 그녀에게 그런 눈빛을 보내는 것일까?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이 회색 정원에 갇혀 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정원에는… 붉은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 꽃은… 너무나도 위험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계소연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흰색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단 한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그녀와 야성우가 호텔 방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봉투 안에서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붉은 글씨로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계소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