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속의 벚꽃

Chapter 1 — 모래시계 속의 벚꽃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코를 찌른 것은 낡은 나무 냄새였다. 금도현은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빛바랜 벽지, 오래된 책상, 멈춰버린 벽시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지?”

기억은 끔찍했다. 잿빛으로 물든 하늘, 무너져 내리는 건물, 그리고… 봉하나의 싸늘한 미소. 재벌 후계자 다툼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었던 그 처절한 결말. 분명 그는 죽었다. 그런데… 왜 10년 전, 대학교 2학년의 낡은 자취방에서 눈을 뜬 것일까?

“회귀…한 건가?”

금도현은 떨리는 손으로 달력을 확인했다. 2014년 5월 15일. 그가 봉하나를 처음 만났던 날짜였다. 가슴 한켠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기적처럼 다시 주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봉하나를 지키고,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그 모든 음모를 막아내리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금도현은 지방대인 경주대학교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가진 것은 낡은 자취방과 몇 권의 책,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미한 희망뿐. 반면, 봉하나는 강남의 명문 사립대학교인 세화대학교의 캠퍼스 퀸이자, 세화그룹 외동딸이었다. 시작점부터가 너무나 달랐다.

“봉하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해야 해.”

금도현은 기억을 되짚었다. 봉하나와의 첫 만남은 캠퍼스 봉사 동아리에서였다. 밝고 긍정적인 그녀의 모습에 첫눈에 반했지만, 재벌가의 딸이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하나가 금도현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해왔다. 세화그룹 내부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금도현은 그녀를 돕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고, 결국 파멸을 맞이했다.

이번 생에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봉하나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세화그룹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금도현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거의 지식을 활용하여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봉하나에게 접근해야 할까?

“일단 오늘, 봉하나를 만나러 가야 해.”

금도현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낡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봉하나와의 첫 만남 장소였던 경주역 광장으로 향했다. 10년 전, 풋풋했던 스무 살의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곳.

광장에 도착했을 때, 금도현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봉하나가 낯선 남자에게 붙잡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자는 봉하나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끌고 가려 하고 있었고, 봉하나는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저, 저기요! 무슨 일 있으세요?”

금도현은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금도현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남자는 다름 아닌 위하준, 세화그룹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자, 10년 후 금도현을 파멸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었다. 그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봉하나와는 무슨 관계인 걸까?

금도현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회귀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그는 이번 생에서 봉하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위하준의 숨겨진 음모를 막아낼 수 있을까? 금도현의 두 번째 기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