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짜리 남자친구

Chapter 1 — 200일짜리 남자친구

“모다인 씨, 제발… 딱 한 달만 나랑 가짜 연애 해줘.”

그의 절박한 눈빛이 닿는 순간, 모다인은 들고 있던 석류 주스를 미끄럼틀처럼 쏟을 뻔했다. 고은성,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태강 그룹의 후계자가, 왜 나한테 이런 황당한 제안을 하는 걸까? 평범한 회사원인 나와 재벌 3세의 조합이라니, 로맨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 아닌가. 그것도 계약 연애라니!

3개월 전, 모다인은 대학 시절부터 7년을 만난 남자친구 변우석에게 처참하게 버려졌다. 그의 결혼 상대는 다름 아닌 태강 그룹의 고명딸이었다. 변우석은 모다인에게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이게 내 운명이야.”라는 뻔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매정하게 돌아섰다. 모다인은 그 후유증으로 매일 밤 술에 의존하며 폐인처럼 지냈다.

그런 모다인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고은성이었다. 그는 태강 그룹의 전략기획실 실장이자, 모다인의 회사, ‘미래테크’의 인수 합병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었다.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후, 고은성은 모다인에게 묘한 관심을 보였다. 모다인은 그의 차가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슬픔이 깃든 눈빛에 미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실장님, 지금 제정신이세요? 제가 실장님 가짜 여자친구를 왜 해야 하죠?” 모다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고은성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다. 돈, 명예, 능력, 심지어 훤칠한 외모까지. 그런 그가 왜 평범한 자신에게 가짜 연애를 제안하는 걸까.

고은성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제 어머니가 정해놓은 정략결혼 상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어머니는 제 고집을 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모다인 씨, 당신이 필요합니다. 딱 한 달만, 제 약혼녀 역할을 해주세요.”

모다인은 어이가 없었다. 재벌가의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지다니. 고은성의 어머니는 분명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리라. 모다인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하지만 가짜 연애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었다.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저한테는 너무 부담스러운 제안이에요. 죄송하지만….” 모다인은 단호하게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고은성의 다음 말에, 모다인은 미묘하게 흔들렸다.

“변우석 씨 때문입니까?” 고은성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 자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을 버리고 태강 그룹의 딸과 결혼한 그 남자에게, 당신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나요?”

모다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복수. 그래, 변우석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한 후회를 안겨주고 싶었다. 고은성의 제안은 위험하지만,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모다인은 망설였다. 과연 이 계약 연애의 끝은 어디일까?

그때, 누군가 석류나무 그늘 아래로 다가왔다. "고은성아, 여기서 뭐 해? 아, 안녕하세요, 모다인 씨." 태강 그룹의 고명딸이자, 변우석의 약혼녀, 강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모다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차갑고 꿰뚫어보는 듯했다. 모다인은 미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강서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두 분, 무슨 얘기 하고 계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