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신부
Chapter 1 — 총을 든 신부
귓가에 맴도는 웅장한 결혼 행진곡은 마치 비웃음처럼 들려왔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내 손에 들린 부케는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강렬한 플래시 세례와 환호 속에서, 나는 복수를 다짐했다.
5년 전, 나는 손범기, HL 그룹 후계자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을 약속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찰나였다. 결혼식 당일, 손범기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나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장례식장에서 손범기의 어머니, 민 여사는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우리 손범기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네 곁에 있으면 불행해진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녀의 말은 비수처럼 내 심장에 꽂혔다. 그 후로 나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손범기의 가족들은 나를 외면했고, 세상은 나를 불운의 아이콘으로 낙인찍었다.
그로부터 5년 후. 나는 최나라라는 이름으로 HL 그룹의 경쟁사인 태성 그룹에 입사했다. 과거의 순수했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내 안에는 오직 복수심만이 들끓고 있었다. HL 그룹을 무너뜨리고, 민 여사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태성 그룹에서 나는 빠른 속도로 승진했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인정받았고, 곧 기획팀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HL 그룹의 신규 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기회가 왔다. 이 프로젝트는 HL 그룹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사업이었다. 나는 이 정보를 이용해 HL 그룹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계획을 세웠다.
며칠 후, 태성 그룹의 회장, 박 회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최나라 씨, HL 그룹 건 말인데… 자네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고 싶네.” 박 회장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HL 그룹 회장의 외동딸, 강하율 양과 자네를 이어줄 생각이네. 자네가 강하율 양과 결혼한다면, HL 그룹의 정보를 얻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
나는 숨을 멈췄다. 강하율. 손범기의 하나뿐인 여동생. 복수의 칼날을 겨눠야 할 대상의 가족과 결혼하라는 뜻인가? 망설임도 잠시, 나는 박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회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반드시 강하율 씨와 결혼해서 HL 그룹을 무너뜨리겠습니다.”
며칠 후, 나는 강하율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오빠를 쏙 빼닮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맑은 눈망울과 해맑은 미소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복수를 위해, 나는 그녀를 철저히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그녀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하율 씨. 최나라라고 합니다.”
그녀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최나라 씨. 아버지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쩌면, 나는 아주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복수의 덫에 스스로 걸려든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손범기의 납골당을 찾았다. 차가운 대리석 앞에서, 나는 굳게 다짐했다. “손범기야, 반드시 네 복수를 해줄게. 네 가족들에게, 네 죽음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어.”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납골당을 나섰다. 그리고 그 순간,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수? 누구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거지, 최나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