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 숨겨진 아이
Chapter 1 — 벚꽃 아래, 숨겨진 아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작은 입술에서 떨어진 한 마디가, 5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서연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놀이터, 다섯 살 딸 하율은 그네를 타며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서연의 눈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어려 있었다. 하율의 아빠, 아니,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남자, 빙도겸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딸의 순수한 그리움 앞에서 서연은 무너져 내렸다.
5년 전, 서연은 갓 스무 살,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다.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빙도겸을 만났다. 그는 재벌 그룹 후계자였고, 서연과는 전혀 다른 세계 사람이었다. 찰나의 강렬한 끌림, 그날 밤,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행복은 찰나였다. 빙도겸에게는 이미 정해진 약혼녀가 있었고, 서연은 그의 삶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서연은 빙도겸에게 알릴 용기가 없었다. 그의 삶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과 하율이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서연은 모든 것을 숨긴 채 홀로 하율을 낳아 키웠다.
“하율아, 아빠는… 음… 멀리 출장을 갔어. 아주 멀리.”
서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딸을 달랬다. 거짓말이었지만, 하율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은 하율을 품에 안고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걸었다. 강남의 화려한 뒷골목, 작은 원룸에서 두 사람은 힘겹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서연은 밤낮으로 디자인 일을 하며 하율을 키웠다. 힘든 날도 많았지만, 하율의 해맑은 웃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하율이 자랄수록,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어느 날, 서연은 대학 동창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망설였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하율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참석을 결심했다. 동창회 장소는 강남의 유명 호텔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 서연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그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5년 전,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남자, 빙도겸이었다. 그는 여전히 멋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서연은 숨을 멈췄다. 그와 다시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빙도겸은 서연을 발견하지 못한 듯,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연은 황급히 몸을 숨기려 했지만, 늦었다. 빙도겸의 시선이 서연에게 향한 것이다. 그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5년의 시간이 멈춘 듯,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빙도겸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서… 연아?”
그 순간, 서연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보육원 선생님이었다. “서연 씨, 하율이가… 하율이가 갑자기 열이 너무 심해요!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