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전날의 프러포즈
Chapter 1 — 장례식 전날의 프러포즈
귓가에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3시 17분. 분명 며칠 전 끔찍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했는데, 믿을 수 없게도 다시 20살, 대학교 새내기 시절로 돌아와 있었다.
“젠장…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혼란스러운 머리를 감싸 쥐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낡은 자취방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빛바랜 벽지, 삐걱거리는 2층 침대, 싸구려 플라스틱 책상까지… 모든 것이 7년 전과 똑같았다. 7년 전, 나는 스물 살의 서연이었다. 지독하게 가난했고,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쳤던.
대학교 ‘퀸카’로 불리던 시절, 나는 모두가 선망하는 삶을 살았다. 화려한 외모, 뛰어난 학점, 부유한 남자친구…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가면이었다. 진짜 나는 돈 때문에 웃음을 팔고, 사랑을 연기하는 가짜였다. 그리고 그 끝은 비참한 교통사고였다.
다시 눈을 감았다. 제발 꿈이기를… 하지만 뺨을 꼬집는 순간, 선명한 아픔이 현실임을 알려왔다. 망했다. 정말로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서연아! 너 오늘 소개팅 있는 날이잖아! 빨리 준비 안 하고 뭐 해?”
방문이 벌컥 열리며 룸메이트 수아가 잔소리를 쏟아냈다. 7년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풋풋하고 활기 넘치는 수아의 얼굴을 보니 울컥 눈물이 솟을 것 같았다. 수아는 내가 가장 힘들 때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나는… 나는 수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어… 응. 알았어.”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소개팅… 그래, 기억난다. 오늘 나는 곽도영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JK 그룹의 외아들이자, 모두가 탐내는 완벽한 남자. 그리고 나는 그를 꼬셔서 인생을 바꿔보려고 했다.
7년 전의 나는 순수하고 어리석었다. 돈이면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진정한 사랑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
“서연아, 너 오늘 꼭 성공해야 해! JK 그룹 며느리가 되는 거야!”
수아의 응원에 씁쓸하게 웃었다. JK 그룹… 그 이름만 들어도 역겨움이 밀려왔다. 곽도영과의 만남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그는, 실은 냉혹하고 잔인한 남자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했다.
다시 주어진 기회… 이번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불행한 삶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곽도영과의 만남을 피해야 할까? 아니면… 그를 역이용해야 할까?
고민에 잠긴 채 화장대 앞에 앉았다. 거울 속에는 앳된 얼굴의 스무 살 서연이 있었다. 붉은 입술, 커다란 눈망울, 뽀얀 피부… 7년 전의 나는 이 얼굴을 무기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는… 달라질 거야.”
결심한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오늘 소개팅을 망쳐야 한다. 곽도영과의 악연을 끊어내야 한다. 그런데…
“서연아! 너 왜 이렇게 늦어! 곽도영 씨 벌써 도착했대!”
수아의 다급한 외침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망했다. 이미 그는 와 있었다. 7년 전과 똑같은 상황…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복수할 것이다. 과거의 나를 파멸로 이끈 그에게, 철저하게 복수할 것이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훤칠한 키에 말끔한 수트를 입은 곽도영이 서 있었다. 7년 전과 똑같은 냉랭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는 그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 7년 전에는 본 적 없는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서연 씨. 제 약혼녀, 옹하연입니다.”
곽도영의 싸늘한 인사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듯했다. 약혼녀? 옹하연? 7년 전에는 분명 없었던 존재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나의 회귀가… 그의 운명까지 바꿔놓은 걸까?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곽도영과 옹하연을 번갈아 바라봤다. 7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 과연 나는 이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