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생의 첫 출근

Chapter 1 — 두 번째 인생의 첫 출근

귓가에 맴도는 낯익은 기계음이 현실임을 알려왔다. ‘심정지… 심정지….’ 쨍한 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남수빈은 숨을 헐떡였다. 분명 어제, JH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친오빠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 홧김에 과음했고,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디지?

온통 하얀색으로 도배된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뻣뻣하게 굳은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여… 여기는…?” 간신히 쉰 목소리를 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남수빈아! 정신이 들었니?” 엄마였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엄마의 얼굴이… 너무 젊었다. 적어도 10년은 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엄마… 지금… 몇 년도…?” 남수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수빈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얘가 왜 이러니. 2013년이지. 무슨 헛소리야.” 2013년? 남수빈은 숨을 멈췄다. 2023년 JH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지금은 2013년이라고? 10년 전, 스물세 살의 대학생 남수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재벌 JH 그룹의 막내딸이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배경을 가졌지만, 늘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오빠 옹세훈에게 밀려 변두리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빠는 늘 그녀를 견제했고, 그녀 역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다. 치열한 경영 수업, 정략결혼 압박, 끊임없는 암투… 지난 10년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같았다.

다시 주어진 기회. 이번에는 절대로 똑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빠에게 후계자 자리를 양보하고 조용히 살겠다고? 천만에. 이번에는 그녀가 모든 것을 차지할 것이다. 복수와 성공, 그리고… 지난 생에서 놓쳤던 단 하나의 사랑까지. 남수빈은 굳게 주먹을 쥐었다. 그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인은 ‘지승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난 생에서 그녀를 배신하고 오빠의 편에 섰던 남자. 하지만… 다시 보니 묘하게 설레는 이 감정은 뭘까. “여보세요…” 남수빈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첫마디는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남수빈 씨, 오늘부터 우리, 계약 연애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