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아내의 조건

Chapter 1 — 3개월 아내의 조건

“장기용 씨, 제 남편이 되어주세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얼음 조각처럼 차갑고 명확했다.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 은은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판하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눈빛은 절망과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녀의 제안을 듣고 순간 숨을 멈췄다. 재벌가의 상속녀, 모두가 선망하는 그녀가 왜 이런 터무니없는 제안을 나에게 하는 것일까.

나는 장기용, 평범한 회사원이다.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그저 묵묵히 내 일을 할 뿐이었다. 판하나와는 단 한 번, 회사 행사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룹 회장의 외동딸이자,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나에게 이런 제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포크를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감추려 애썼다. 스테이크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판하나는 깊게 숨을 쉬었다. “아버지께서 정해놓은 정략결혼 상대가 있어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과 결혼하느니, 차라리….”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차라리 계약 결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재벌가의 딸로서, 그녀에게는 자유가 없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계약 조건은…?” 나는 물었다. 이미 그녀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슬픈 눈빛, 그리고 절박한 상황이 나를 사로잡았다.

“기간은 2년. 계약 종료 후에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걸로 해요. 그동안 필요한 모든 지원은 제가 책임질게요. 당신의 회사에서의 위치, 경제적인 문제… 모든 것을요.”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 계약 위반 시에는 엄청난 위약금이 발생할 거예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2년 동안 그녀의 남편 역할을 하고, 모든 것을 받는 대신 자유를 잃는 것. 그것은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하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의 절박함이 나를 움직였다.

“좋아요. 계약하죠.” 나는 결심한 듯 말했다. 판하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미소는 곧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한 가지 빠진 게 있어요.” 그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제 약혼자가… 당신의 오랜 친구, 위하준이라는 거예요.”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위하준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그와 판하나가 약혼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대체 무슨 계약에 발을 들인 걸까.

바로 그때, 레스토랑 문이 열리고 위하준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판하나야, 왜 연락이 안 돼… 그리고 장기용,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