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의 고백

Chapter 8 — 벚꽃 잎과 엇갈리는 시선

복현도의 거친 손길이 동은채의 손목을 옭아매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의 눈빛에서 읽히는 절박함과 분노가 뒤섞여 섬뜩하게 다가왔다.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쓰러짐이 단순한 건강 악화가 아니라는, 그녀가 막연히 느끼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당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동은채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었다. 복현도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함께 진실을 파헤치자는 말은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복현도에 대한 의심도 커져만 갔다. 10년 전 사고, 복현도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벚꽃 잎에 묻은 핏자국…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그 중심에 복현도가 있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접근 방식은 그녀를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

“동은채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복현도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는 동은채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서운함과 함께, 그녀를 향한 깊은 갈망이 담겨 있었다. “당신이… 당신이 나와 함께하지 않겠다면,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으라는 겁니까? 당신도 똑같은 사람인데.”

“똑같은 사람이라뇨!”

동은채는 그의 말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저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진실? 당신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내 곁에, 당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중했다. 마치 맹세라도 하듯,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은 더욱 단단해졌다. “회장님이 쓰러지셨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이 나를 믿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위험해집니다. 당신도, 나도, 그리고… 회장님도.”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박 회장의 쓰러짐은 분명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어쩌면 10년 전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동은채에게 전화를 걸어 복현도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던, 정체불명의 인물이 있을 터였다. 그 인물은 복현도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존재였다.

동은채는 복현도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그의 행동이 진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을 숨긴 위장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분명했으나, 그 온기마저도 계산된 행동처럼 느껴졌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동은채는 힘겹게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복현도는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다른 손까지 덥석 잡으며, 그녀를 더욱 거세게 끌어당겼다.

“시간 없습니다, 동은채 씨.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합니다. 나와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것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는 마치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듯, 그녀의 두 손을 모두 붙잡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인사팀의 다른 직원들이었다. 박 회장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모두가 경악하며 복현도를 찾고 있었다. 복현도는 동은채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도 허리를 숙여 속삭였다.

“결정하세요, 동은채 씨. 우리의 미래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의 말은 마치 협박처럼 들렸다. 동은채는 복현도의 손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자신의 손을 느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그녀 앞에서, 복현도의 얼굴은 더욱 흐릿해졌다. 이대로 그의 손을 잡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제안을 거부하고 홀로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걸까? 그녀의 마음속 혼란은 더욱 깊어졌다.

“복현도 팀장님!”

복도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복현도는 마지못해 동은채의 손을 놓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이야기하죠.”

그는 동은채의 손목에 잠시 머물렀던 자신의 흔적을 느끼며, 그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뒤로한 채 급히 복도로 달려갔다. 동은채는 홀로 남아, 그의 차가운 손길의 여운과 벚꽃 잎에 묻었던 핏자국, 그리고 정체불명의 전화가 남긴 섬뜩한 경고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졌다. 박 회장의 쓰러짐이 불러온 파장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과연 복현도를 믿고 그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가 숨기고 있는 더 큰 진실 앞에서 홀로 싸워나가야 할까?

동은채는 복현도가 사라진 복도를 바라보았다. 복도 끝, 창문 너머로 보이는 늦은 오후의 하늘은 핏빛처럼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 앞에 놓인 잔혹한 현실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조용히 진동했다. 발신자 표시 제한. 그녀는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누구시죠?”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신,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만이 그녀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벚꽃 잎…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까? 진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합니다.”

전화가 뚝 끊겼다. 동은채는 얼어붙은 채, 휴대폰을 쥔 손을 떨었다. 벚꽃 잎… 그 벚꽃 잎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박 회장의 쓰러짐, 복현도의 제안, 그리고 이 의문의 전화까지. 모든 것이 한데 뒤엉켜 그녀를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