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의 고백

Chapter 7 — 벚꽃 잎에 묻은 핏자국

수화기 너머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똑같이 될 겁니다.’ 동은채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었다. 누구일까? 복현도의 누나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 그녀의 귓가에는 여전히 벚꽃 잎의 향기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10년 전 사고, 벚꽃 잎, 그리고 복현도… 모든 것이 거미줄처럼 얽혀 그녀를 옥죄어 왔다.

그녀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는 안 된다. 복현도를 믿을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의심할 수도 없는 상황. 그녀는 복현도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복현도는 창밖을 응시하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팀장님.”

동은채의 목소리에 복현도는 천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동은채를 향했지만, 어딘가 초점이 흐릿한 듯했다.

“무슨 일입니까?”

“아까… 전화가 왔었습니다. 제게 ‘복현도 씨를 믿으면 똑같이 될 것’이라고….”

동은채가 말을 잇자, 복현도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동은채를 바라보았다. 그의 침묵은 오히려 동은채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누구인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복현도가 짧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에게 접근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접근이라니요? 그게 무슨….”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제게 당부하신 말이 있습니다. ‘내 아들 복현도를 지켜다오. 그리고 벚꽃 잎에 얽힌 진실을 꼭 밝혀다오.’라고요.” 복현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동은채는 숨을 멈췄다. 복현도의 어머니가 사고사가 아니었다니. 그렇다면 10년 전 그날, 벚꽃 잎이 떨어진 그 순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래서… 제가 약혼녀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동은채의 목소리가 떨렸다.

복현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누나가… 그러니까 박 회장님의 손녀가, 어머니의 죽음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누나가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굳게 믿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벚꽃 잎을 남기셨죠. 그 벚꽃 잎에… 어머니의 핏자국이 묻어 있었습니다.”

벚꽃 잎에 묻은 핏자국이라니. 동은채는 경악했다. 그녀가 복현도의 책상에서 보았던, 그저 말라붙은 잎사귀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희생자의 피를 머금고 있었다니. 그녀는 복현도를 믿어야 할까? 그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과 벚꽃 잎의 진실, 그리고 복현도의 누나가 자신에게 했던 경고.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그녀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래서… 당신은 제게, 누나를 감시하고 벚꽃 잎의 비밀을 풀기 위해… 제 곁에 있어 달라고 한 거군요.” 동은채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복현도는 동은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동은채 씨… 저는… 동은채 씨를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은채 씨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 전화… 그리고 제 누나 때문에… 당신이 위험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눈빛에 동은채는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똑같이 될 것’이라는 전화 속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복현도를 믿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 그의 어머니가 남긴 벚꽃 잎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의 누나는 왜 동은채를 경고했던 걸까?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은채의 시선이 복현도의 핏자국 묻은 벚꽃 잎으로 향했다.

그때, 복현도의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숨을 헐떡이는 비서였다.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박 회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동은채와 복현도는 동시에 얼어붙었다.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쓰러짐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그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누군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지도. 동은채는 복현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역시 충격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회장님께서… 혹시… 그 전화와 관련이…?” 동은채가 겨우 입을 열었다.

복현도는 동은채의 말을 끊으며,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동은채 씨.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습니다. 나와 함께… 모든 진실을 파헤칩시다. 당신도, 저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어요.”

복현도의 갑작스러운 행동과 단호한 말에 동은채는 숨을 멈췄다. 그의 핏발 선 눈동자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위험한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그는 과연 동은채를 지키려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동은채는 그의 손아귀에 잡힌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복현도의 손길이 마치 덫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