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의 고백

Chapter 6 — 달콤한 핏자국의 덫

복현도의 누나, 박소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동은채의 곁을 떠났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벚꽃 잎에 대한 섬뜩한 잔상이 맴돌았다. 동은채는 여전히 복현도의 손에 잡혀 있었지만, 그의 체온은 더 이상 위안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를 옭아매는 족쇄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손 놔요." 동은채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복현도는 마치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 동은채의 손을 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누나에게 받은 충격, 동은채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까지.

"은채 씨… 미안합니다." 복현도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갈라져 있었다. "내 누나는…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좀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까지 이런 짐을 지우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동은채는 복현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과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었다. 벚꽃 잎. 10년 전 사고. 복현도 어머니의 부탁.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덮으려는 듯한 복현도 누나의 섬뜩한 경고.

"팀장님… 벚꽃 잎은 대체 뭡니까? 10년 전 사고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동은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진실의 조각을 맞추지 않고서는 이 덫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복현도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동자가 깊은 슬픔으로 흔들렸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제게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복현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벚꽃이야.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늘…'" 복현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동은채는 숨을 죽였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복현도 누나가 벚꽃 잎을 언급하며 그녀를 도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팀장님." 동은채는 결심한 듯 복현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박 회장님의 부탁도, 팀장님의 어머니께서 남기신 부탁도… 제가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진실을… 알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 복현도의 눈빛이 흔들렸다. 동은채가 이런 강한 의지를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은채 씨." 복현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그 순간, 인사팀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박 회장이 나타났다. 그는 동은채와 복현도를 번갈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동 대리, 복 팀장. 둘이 아주 화기애애해 보이는군. 내 손녀가 곧 결혼하는데, 이렇게 든든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는구먼."

박 회장의 말에 동은채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녀가 해야 할 역할이 단순히 ‘가짜 약혼녀’가 아니라, ‘박 회장의 손녀’를 지키는 것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방금 복현도가 했던 말, ‘당신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말의 무게가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

"회장님…" 동은채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동은채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의 눈빛은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딸을 보는 듯 애틋했다. "동 대리, 힘들겠지만… 부탁하네. 우리 복 씨 집안의 마지막 희망이야. 내 아들이… 아니, 복 팀장 어머니께서… 당신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겼으니."

그의 말은 동은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복현도의 어머니, 10년 전 사고, 벚꽃 잎, 그리고 지금 눈앞의 박 회장까지. 모든 퍼즐 조각들이 얽히고설켜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동은채는 박 회장의 품 안에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문득, 복현도가 자신에게 키스하려던 순간, 박 회장이 나타나 그를 막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가 이 관계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복현도 누나의 등장도, 그리고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방문도…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일까?

그때, 박 회장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는 잠시 통화를 하더니,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무슨 일이오? 지금 당장…" 박 회장은 황급히 동은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다급함과 함께 불안감을 짙게 풍기고 있었다.

동은채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안심시키던 박 회장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전화 내용은 무엇이었길래 저렇게 당황한 것일까.

그녀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벚꽃 잎의 의미, 복현도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 복현도 누나의 경고, 그리고 이제는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이탈까지. 이 모든 사건들이 마치 거대한 덫처럼 그녀를 서서히 옥죄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 덫의 중심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잔혹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동은채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녀가 마주해야 할 것은 복현도와의 관계뿐만이 아니었다. 태성 그룹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비밀, 그리고 어쩌면… 10년 전 사고의 진실과도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를 위험한 게임이었다.

그때, 복현도의 자리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그녀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발신자 표시 제한. 동은채는 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차가운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은채 씨… 당신이 복현도를 믿으면… 당신도 똑같이 될 겁니다."

동은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똑같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경고를 하는 것일까? 수화기 너머의 침묵은 그녀의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녀는 지금,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