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의 고백

Chapter 2 — 벚꽃 잎이 담긴 서랍 속 비밀

동은채는 복현도의 책상 서랍 속 벚꽃 잎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얼어붙었다. 얇고 투명한 꽃잎이 마치 그녀의 불안한 심장처럼 떨리는 듯했다. 얼핏 보면 말라붙은 낙엽 같기도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생기를 머금고 있는 듯한 묘한 빛깔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꽃잎을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차가운 사무실 공기 속에서, 복현도의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동은채 대리.”

복현도의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쓰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읽기 어려웠다. 차가운 카리스마 속에 무언가 숨겨진 듯, 혹은 아주 깊은 곳에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회장님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습니다. 이 결혼식은…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니까요.”

복현도는 말을 잇다가 잠시 멈췄다.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마치 과거의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짧지만 강렬한 감정의 파장이 스쳐 지나갔다. 동은채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저 완벽해 보이는 가면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결혼식은… 제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동은채 대리도 이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앞으로 며칠간, 당신은 제 약혼녀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완벽하게. 그 단어가 동은채의 귓가에 맴돌았다. 완벽주의자 복현도 팀장 앞에서 ‘약혼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니. 그녀는 다시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단순한 역할 대행이라고 하기엔, 복현도의 눈빛은 너무나 진지했고, 그의 말에는 무언가 다른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제가… 왜 팀장님의 약혼녀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아무리 회장님의 지시라고 해도, 인사팀의 평범한 대리에게 이런 중대한 역할을 맡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복현도는 동은채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책상 서랍 쪽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이내 동은채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이유는… 곧 알게 될 겁니다. 지금은 그냥, 제가 시키는 대로 따라주시면 됩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지만, 동시에 더 깊은 의문을 남겼다. 곧 알게 될 거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리고 그의 서랍 속 벚꽃 잎은? 그것과 이 결혼식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알겠습니다.”

결국 동은채는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팀장의 약혼녀 역할이라니. 마치 꿈속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이었지만, 눈앞의 복현도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첫 번째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복현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 있을 사전 답사에 함께 가야 합니다. 제가 입을 슈트와 당신이 입을 드레스를 고를 겁니다. 제 비서가 연락을 취할 테니, 내일 오전 10시까지 회사 로비로 나와 주십시오.”

동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복현도의 지시에 따라 그의 책상 앞에서 물러섰다. 그의 서랍 속 벚꽃 잎은 여전히 그녀의 시야에 걸렸다. 단순한 장식품일까, 아니면 그녀가 알지 못하는 어떤 비밀을 간직한 물건일까.

복현도는 동은채가 나가려는 것을 막아서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길은 차가웠지만, 묘하게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동은채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동은채 대리.”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그의 눈동자가 그녀의 눈동자를 깊이 파고들었다. 평소의 냉철함과는 다른, 무언가 복잡하고 격정적인 감정이 담긴 듯한 눈빛이었다. 동은채는 그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당신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그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헤아릴 수 없이 깊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그녀의 영혼을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동은채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팀장님. 저는… 팀장님을 믿겠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복현도의 손이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동은채는 숨을 멈췄다. 그의 눈빛은 점점 더 깊고 어두워졌고, 마치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바로 그때, 복현도의 입술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기 직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팀장님! 급한 보고가 있습니다!”

인사팀 신입 사원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깨졌다. 동은채는 놀란 눈으로 복현도를 바라보았고, 복현도는 짜증이 뒤섞인 표정으로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동은채의 턱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 순간, 동은채는 그의 눈빛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묘한 질투심 같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