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의 고백

Chapter 3 — 벚꽃 잎, 흩날리던 순간의 진실

신입 사원의 다급한 외침은 사무실 안의 모든 공기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복현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그의 시선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문 쪽을 향했고, 동은채는 그의 턱에 닿아 있던 그의 손길이 갑자기 거두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얼음 조각처럼 차가워진 손이었다.

“무슨 일이야.”

복현도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마치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였다. 신입 사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동은채와 복현도를 번갈아 보다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저… 팀장님, 회장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바로 오시라고.”

회장. 그 이름이 동은채의 귓가에 울렸다. 그녀는 복현도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그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지만, 눈빛에는 불쾌함이 분명히 서려 있었다. 마치 방해받은 것에 대한 짜증, 혹은 무언가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불만 같았다. 그는 동은채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그의 엄지손가락이 지나간 자리가 여전히 뜨거운 듯했다. 그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알겠다. 바로 가겠다.”

복현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동은채의 턱에서 손을 떼어내 자신의 책상 위로 던져진 벚꽃 잎을 무심하게 쓸어 담았다. 그는 벚꽃 잎을 쥔 채, 동은채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전과는 달리 더욱 깊고 복잡해 보였다. 마치 수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심연 같았다.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지.”

그는 짧게 말하고는, 겉옷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멀게 느껴졌다. 동은채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 이어지던 긴장감과 묘한 설렘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녀의 마음속에는 더 큰 혼란과 의문만이 남았다. 복현도는 왜 자신을 약혼녀로 대동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방금 전, 그의 눈빛 속에서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질투? 아니면… 다른 무언가?

“대리님, 괜찮으세요?”

동료의 목소리에 동은채는 고개를 들었다. 인사팀의 다른 동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듯, 평소처럼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그냥 팀장님이 급한 일로 부르셨던 것뿐이야.”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회장님의 호출이라니. 분명 뭔가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복현도와 자신, 그리고 그의 약혼녀 행세를 해야 하는 ‘가짜’ 약혼이라는 사실이 있었다. 그 사실은 그녀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동은채는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복현도의 빈 사무실 문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여전히 흩어진 서류들과, 오늘 아침 자신이 보았던 그 벚꽃 잎이 담겨 있던 작은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그 벚꽃 잎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복현도의 과거, 혹은 그의 숨겨진 감정과 관련된 어떤 비밀일까.

바로 그때, 사무실 입구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동은채는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박 회장님께서 직접 오셨다고?”

박 회장님? 태성 그룹의 총수. 그가 왜 이곳, 인사팀 사무실까지 직접 행차를 하신단 말인가. 동은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동료들도 술렁이며 복도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회장님의 등장은 분명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현도가 회장님을 모시고 인사팀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아까 전과는 전혀 다른, 굳은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회장님의 시선이 사무실 안을 훑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예리했다. 그리고 이내, 동은채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동은채는 숨을 멈췄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복현도 역시 그녀의 옆에 섰다. 그의 태도는 이전과는 달리 한층 더 진지하고 무게감 있어 보였다.

“동은채 대리.”

박 회장님의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동은채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내 손녀의 결혼식에 복현도 팀장의 약혼녀로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명확히 말해줄 때가 되었다.”

그의 말은 마치 천둥처럼 동은채의 귓가에 꽂혔다. 그녀는 놀라움과 함께, 앞으로 밝혀질 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온몸이 떨려왔다. 복현도의 얼굴은 여전히 읽기 어려웠지만, 그의 눈빛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듯한, 혹은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동은채는 박 회장님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진실의 문턱에 서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