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의 규칙
Chapter 3 — 위약금 10억, 그 남자의 진심
차가운 카페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편수아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테이블 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향준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 편수아는 짧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향준식 씨, 저 이 계약… 파기할래요."
향준식의 입가에 헛웃음이 걸렸다. "파기? 편수아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위약금이 얼마인 줄 알아요? 10억이에요, 10억!"
"알아요. 제 잘못이에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면서…" 편수아는 고개를 떨궜다. 후회와 자책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도경수가 자신에게 했던 경고, 그녀의 진심을 비웃는 듯한 눈빛이 떠올랐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도경수의 그 차가운 얼굴 뒤에 숨겨진 무언가, 그리고 향준식의 알 수 없는 집착. 이 모든 것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잘못이라니. 그럼 내가 말한 건 다 뭐였어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당신과 함께…" 향준식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그는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고, 찻잔이 덜컹거렸다. "결심은 그렇게 쉽게 번복하는 게 아니에요. 특히 당신이 나한테…"
그가 마지막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며 편수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상처받은 듯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계약을 파기하려는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향준식 씨,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제… 제 마음이 더 이상 이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편수아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려 했다. 도경수의 경고가 귓가에 맴돌았다. '향준식,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남자 아니에요.'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마음?" 향준식은 코웃음을 쳤다. "그럼 그동안 나한테 보여줬던 건 다 뭐였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는 듯했다.
그 순간, 카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편수아 씨, 그리고… 향준식 씨."
도경수였다. 그녀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으로 카페 안의 공기가 더욱 싸늘해졌다. 편수아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도경수 씨…" 편수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남자친구 앞에서 말하다니, 예의가 좀 없는 거 아닌가?" 도경수는 향준식을 힐끗 보며 편수아에게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녀의 말은 편수아를 비난하는 동시에, 향준식 앞에서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향준식은 두 여자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편수아를 보다가 이내 도경수를 향해 말했다. "도경수 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십니까? 편수아 씨는…"
"향준식 씨, 혹시 모르시는 모양인데, 사실… 저도 향준식 씨와의 계약 연애를 먼저 제안했던 사람이에요." 도경수가 향준식의 말을 끊으며 편수아를 향해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승리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편수아 씨, 당신이 몰랐던 모양인데, 사실은… 향준식 씨가 저한테 먼저 원했지만… 제가 거절했죠. 당신처럼…"
도경수의 말은 편수아의 심장을 더욱 죄어왔다. 그녀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향준식이 자신에게 먼저 계약 연애를 제안했다는 말, 도경수가 거절했다는 말. 모두 편수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향준식과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꼬기 위한 도경수의 계략이었다.
"…그리고 향준식 씨,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줄까요?" 도경수는 향준식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편수아 씨가 당신과의 계약 연애를 파기하려는 이유…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바로… 저 때문이죠. 그녀가 당신에게 반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손을 쓴 거예요."
편수아는 숨을 멈췄다. 도경수의 말은 사실과 전혀 달랐다. 그녀는 향준식을 이용해 편수아를 괴롭히고,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향준식의 표정은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대신, 도경수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무언가 번뜩였다.
"정말인가, 편수아 씨?" 향준식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편수아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팽팽한 긴장감을 담고 있었다.
편수아는 도경수의 거짓말에 억울했지만, 이 상황에서 진실을 말해도 믿어줄 리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도경수는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 편수아는 도경수의 다음 수를 예상할 수 없었다. 그녀가 또 어떤 거짓말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지, 그리고 향준식은 그녀의 말을 얼마나 믿을지.
향준식은 두 여자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느끼며, 편수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편수아는 도경수의 도발적인 미소와 향준식의 집요한 시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녀는 지금, 10억이라는 거대한 위약금 앞에서,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복잡한 관계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네…" 편수아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도경수의 거짓말을 부정하기 위해,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계약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위험한 선택을 해야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이 향준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도경수와의 숨겨진 전쟁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꿀지도 몰랐다.
"네. 그… 남자 때문에, 향준식 씨 때문에… 제가…"
그녀가 마지막 말을 뱉으려는 순간, 향준식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편수아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은 편수아의 뺨 가까이 다가왔지만, 닿기 직전 멈췄다.
"편수아 씨… 당신, 나한테 거짓말 하는구나."
그의 말은 차갑고 단호했다. 편수아는 그의 눈빛에서 경고 이상의 것을 보았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위험한 진실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도경수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도경수 씨." 향준식은 도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가운 얼음 같았다. "당신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어요. 편수아 씨가… 당신 때문에 계약을 파기하려 했다는 것도."
도경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향준식의 의외의 반응에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향준식이 말을 이었다. 그의 눈빛은 편수아를 향해 있었다. "편수아 씨가 정말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 같군."
그의 말은 편수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향준식은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도경수의 거짓말과 향준식의 의뭉스러운 태도 속에서, 편수아는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10억이라는 위약금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진짜 문제는, 이 계약 관계와 그 안에 얽힌 세 사람의 복잡한 감정들이었다.
그때, 향준식이 편수아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길은 의외로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그녀를 압도했다. "편수아 씨. 계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의 눈빛은 진지했고, 편수아는 그의 말에 숨 막히는 압박감을 느꼈다. "당신이 정말 나 때문에 힘들다면… 그럼 이제부터는, 나 때문에… 더 힘들어지게 만들어 주지."
그의 말은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편수아는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도경수는 충격을 받은 듯 굳어 있었다. 카페 안의 모든 시선이 세 사람에게 쏠리는 듯했다. 편수아는 향준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힘은 강했다. 그녀는 그의 다음 행동을 예상할 수 없었다. 그의 눈빛은 집요했고, 마치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