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의 규칙
Chapter 7 — 얼어붙은 가면 뒤의 눈동자
카페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향준식이 편수아에게 막 입을 맞추려던 찰나, 찰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향준식의 시선은 물론, 편수아의 시선까지도 동시에 문 쪽으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서로를 향해 있던 뜨거운 기류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리고 그 차가움의 근원에는, 익숙하지만 어쩐지 낯선 모습의 인물이 서 있었다.
“어머, 향준식 씨. 편수아 씨.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도경수였다.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카페 안의 세 사람을 훑어보며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혹은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듯한 오묘한 표정이었다.
편수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도경수가 여기에 나타난 것이 우연일 리 없었다. 그녀는 향준식의 약혼녀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등장해 버렸다. 향준식의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그 역시 도경수의 등장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수아 앞에서만 드러나는 미미한 동요일 뿐이었다.
“도경수 씨?”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향준식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낮게 깔린 짜증과 함께,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그는 편수아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슬며시 풀었다. 도경수의 등장은 그가 편수아에게 강제로 건네려던 키스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은밀했던 관계에 예상치 못한 제3자를 끌어들인 셈이었다.
“놀라셨어요? 저도 좀 놀랐어요. 두 분이 그렇게…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계실 줄은 몰랐거든요.”
도경수는 얄밉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편수아의 뺨을 살짝 훑는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그 시선에는 노골적인 질투와 함께, 편수아를 향한 섬뜩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마치 ‘당신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편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다정한 시간이라니. 향준식과의 관계는 명백한 계약이었고, 방금 전의 키스 시도는 편수아에게는 당황스러움과 불편함 그 자체였다. 물론 김우진 앞에서의 진실 폭로 이후, 향준식의 태도가 더욱 거세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오해입니다. 저희는… 그냥 대화 중이었습니다.”
향준식이 딱딱하게 말을 잘랐다. 그의 목소리는 도경수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못하도록 단호했다. 하지만 편수아는 그의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었다. 도경수의 등장이 그에게도 꽤나 성가신 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 상황을 이용해 편수아를 더욱 옭아매려는 듯한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하지만 향준식 씨, 우리 약혼식 날짜 잡혔잖아요. 곧인데… 혹시 잊으신 건 아니죠?”
도경수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음 수를 던졌다. 그녀의 말은 향준식과 편수아, 그리고 김우진 세 사람의 관계를 단숨에 다시 한번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약혼식이라니. 편수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향준식의 약혼녀가 바로 눈앞에 있었고, 그녀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당당했다.
김우진은 굳은 표정으로 도경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편수아를 보호하려던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깨달은 듯했다. 향준식과 편수아의 관계는 단순히 계약 연애를 넘어, 더 복잡한 얽힘 속에 놓여 있었다. 특히 도경수의 등장은 그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애써 외면하려 했던 거대한 진실의 일부를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편수아 씨, 괜찮아요?”
김우진이 조심스럽게 편수아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그녀를 향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혹은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향준식과 도경수, 그리고 그 안에 갇혀버린 편수아. 이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편수아는 김우진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괜찮지 않았다. 전혀. 향준식은 싸늘한 눈빛으로 도경수를, 그리고 그 다음엔 편수아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옅은 조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다는 듯한, 혹은 이 예상치 못한 변수마저도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주무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도경수 씨,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우리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는데.”
향준식이 도경수를 향해 날카롭게 물었다. 그는 더 이상 이 지긋지긋한 방해꾼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오직 편수아였고, 도경수의 등장은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중요한 이야기요? 제가 듣기에는… 꽤나 은밀한 이야기 같았는데요.”
도경수는 히죽 웃으며 향준식의 말을 받아쳤다. 그녀는 천천히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구두굽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집무실에라도 들어선 듯,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그리고는 편수아 옆에 앉아 있던 김우진을 지나쳐, 향준식의 맞은편 의자에 우아하게 앉았다.
“그리고 향준식 씨, 당신이 편수아 씨를 보호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은 저예요.”
도경수의 시선은 향준식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말은 명백히 편수아를 향한 경고였다. 그녀는 마치 편수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했다. 편수아는 도경수의 도발에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무슨 뜻이죠? 제가 왜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요? 향준식 씨, 당신과 나는 그냥 계약 관계일 뿐이에요. 당신의 약혼녀 앞에서, 이런 식으로… 저를 이용하지 마세요.”
편수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김우진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고, 향준식의 강압적인 태도에 맞서려 했지만, 도경수의 등장은 모든 것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향준식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진심을 처음으로, 그것도 그의 약혼녀 앞에서 토로했다.
향준식은 편수아의 말에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편수아가 도경수 앞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계약’이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것에 분노한 듯 보였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그의 시선은 편수아를 향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소유욕과 분노,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편수아 씨.”
향준식이 낮게, 하지만 위협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자신들의 관계에 끼어들 수 없다는, 그리고 편수아는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그의 시선이 편수아의 턱을 강제로 잡아 올렸다. 편수아는 그의 차가운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해야 했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니?”
그 순간, 카페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낯선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전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채, 얼어붙은 시선으로 문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어둠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이전의 어떤 등장인물들보다도 압도적이었다. 그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혹은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기 위해 나타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등장은 향준식, 편수아, 도경수, 김우진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 또 다른 거대한 파문을 일으킬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